한국 국회 예산 심사 시작부터 제동 걸린 尹대통령 '이 XX'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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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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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지난달 9월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약속한 예산

예산정책처 분석보고서에서 편성 방식 등 지적

신규사업보다 일반회계 전입금 활용할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도중 약속했던 ‘글로벌펀드’ 관련 예산이 국회 심의 초입 단계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상대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의 그 예산이다.


2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내년 예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글로벌 보건기여 사업이라는 명목의 신규사업으로 1000억원의 예산안을 편성했다. 예정처는 이 사업과 관련해 "신규 편성된 글로벌 보건 기여 사업은 국제질병퇴치기금을 통해 수행하던 사업의 일부를 해당 기금의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일반회계에 편성하고 있어 사업의 성과 관리 및 기금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있으므로, 일반회계 전입금 등을 활용하여 기금 사업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지난 9월22일 윤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약속했던 예산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회의장을 나서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후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미 의회가 아닌 야당, 국회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 특히 다수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사업을 처리해주지 않으면 대통령으로서 체면이 안 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이후 해당 발언은 대통령실 확인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기억을 하기 어렵다’고 밝혀 비속어 사용 여부도 논란이 됐다.


예정처의 예산안 분석보고서는 정부의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소관 상임위 예비심사보고서와 함께 국회의원들의 예산안 심사 시 주요 참고 자료 가운데 하나다. 예정처는 올해 외교부 개별 사업 가운데 이 사업을 가장 먼저 지적했는데, 문제가 된 점은 예산안 편성 방식에 대한 부분이었다.


원래 우리나라는 글로벌 백신개발 및 보급을 통한 질병퇴치를 위해 국제질병퇴치기금을 운영해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의 국제기구를 지원해왔다. 이 기금의 주 수입원(90% 이상)은 출국세로 알려진 출국납부금이다. 문제는 이 출국납부금은 2019년만 해도 410억원씩 걷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지난해에는 13억원으로 급감해 재원이 줄었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기금재원이 줄어든 만큼 기금사업 일부를 일반회계 사업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한다.


예정처는 이와 관련해 "기금의 설치 목적에 따라 지원해오던 사업을 재원 부족을 이유로 일반회계와 기금으로 분류하여 편성하는 것은 사업 추진 경과 파악 및 성과관리를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또한 "동일 국제기구에 지원하는 특정 분담금을 재원을 달리해 납부하는 것은 재정 운영의 복잡성을 심화시키는 방안"이라며 "재원을 분리하여 편성하기보다 일시적으로 일반회계 전입금을 활용해 기금의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재정전문가는 이런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외교부 등의 경우 자체기금 말고 별도의 회계를 두는 것을 선호할 수 있지만, 기획재정부까지 동의한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축구공을 살 때 내 돈 주고 사는 것보다는 어머니 돈으로 사는 것이 좋은 것처럼 외교부도 (자체) 기금 말고 일반회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면서도 "예산안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기재부가 걸러내지 못했던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