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엔하이픈, 정체성 없는 콘셉트에 혼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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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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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하려고 하는 걸까. 알 수 없는 세계관은 혼란만 준다.

지난 2020년 11월 데뷔한 엔하이픈(ENHYPEN·정원, 희승, 제이, 제이크, 성훈, 선우, 니키)은 미니 1집 앨범 'BORDER : DAY ONE'으로 데뷔했다. 타이틀곡 'Given-Taken'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일곱 소년의 복잡한 감정을 그린다. 엠넷·tvN '아이랜드'를 통해서 서바이벌을 겪은 엔하이픈의 심경을 담은 것이다. 근데 왜 메시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


엔하이픈의 노래엔 의아한 점이 많다. "두 세계를 연결한다", "너에게 걸어가지"라며 패기있는 청춘을 그리는 듯 하지만, 뮤직비디오 속에선 뱀파이어가 된 엔하이픈이 그려진다. 갑작스럽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뱀파이어의 상징성을 내보이기도 한다. 미니 2집 앨범 'BORDER : CARNIVAL'에서도 해당 세계관이 이어지나, 여전히 메시지와 콘셉트가 상충한다. 타이틀곡 'Drunk-Dazed'는 세상의 규칙이 무너지고 위아래가 뒤집힌 혼돈의 카니발을 그린다. 이는 엔하이픈이 파티에 참여하거나 절규하는 모습으로 곡을 표현하고자 한다. 뱀파이어 세계관을 잇기 위해 피를 마시거나 맞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모습이 앨범의 주제 의식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소속사도 의식한 듯싶다. 정규 1집 'DIMENSION : DILEMMA'에서 뱀파이어와 관련된 상징을 대폭 최소화, 청춘을 메인 테마로 가져간다. 정규 1집 리패키지 'DIMENSION : ANSWER'에선 좀 더 확실히 청춘을 그렸고 미니 3집 'MANIFESTO : DAY 1'에선 청춘들의 강한 모습을 힙합으로 그려 노선을 변경했다.

4세대 아이돌 그룹은 콘셉트와 세계관을 중시한다. 이미 수많은 K-POP 그룹이 나왔고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 때문에 비교적 후발주자인 4세대 아이돌들은 차별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에스파는 메타버스를 활용해 'ae' 세계관을 도입했다. 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에스파 아바타와 현실 세계에 사는 에스파가 '광야'를 통해 소통하고 위기를 이겨나가는 스토리다. 대게 이런 콘셉트는 상당히 무거워 팬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지만, 에스파는 대중적인 성공을 이끌어냈다. '블랙맘바', '광야', 'ae' 등 단어들은 여러 대중 매체에서도 사용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광야 클럽'까지 만들어 또 다른 콘텐츠를 생성했다.

이는 단순 여자 아이돌에만 국한될까. 절대 아니다. 엔하이픈과 같은 소속사인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노래 제목부터 콘셉트를 확실히 해왔다. 타이틀곡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0X1-LOVESONG'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등 긴 제목이 주를 이뤘다. 이는 데뷔 초반 난해하다는 평을 얻었으나 꾸준히 콘셉트를 유지하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대표적인 특징이자 장점으로 부각됐다.


트레저는 'Find your Treasure'이란 구호와 걸맞게 음악 또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가고자 한다. YG엔터테인먼트 특유의 힙합 분위기가 밑바탕 되면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노래다. 이런 특징은 특별한 세계관이 존재하지 않아도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다.


이 가운데 엔하이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차별화됐던 뱀파이어는 모습을 숨겼고 음악 또한 주제 의식에 가려져 어렵게 느껴진다. 여러 콘셉트를 시도하는 건 음악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지만, 디스코그래피를 생각하면 좋은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확고한 정체성이 없으니 혼란이 가득하다.|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