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개막식 2분만에 끊은 BBC, 텅빈 관중석…월드컵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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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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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은 개막식 당시, BBC의 대표 채널인 BBC 원(One)의 TV 화면에 나온 장면, 우측은 카타르-에콰도르 경기가 열린 알바이트 스타다움 관중석에 빈자리가 늘어난 모습. 뉴시스.


사상 최초로 아랍 국가에서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막 전부터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은 물론 관객동원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 스포츠 전문 매체는 “카타르 정부가 300조원의 거액을 들였지만, 열정적인 응원은 살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BBC “개막식 2분 만에 생중계 중단”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식 생중계를 시작 2분 만에 중단했다. 대신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이나 스포츠 뉴스를 다루는 웹사이트를 통해 개막식을 스트리밍했다. BBC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 등을 통해 이번 월드컵의 모든 행사에 대한 보도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일(현지시간) 개회 현장 대신 TV 화면을 채운 건 BBC의 축구 전문 프로그램인 ‘매치 오브 더 데이’였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게리 리네커는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월드컵”이라고 설명했다.


리네커는 피파가 2010년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택한 이래 이 작은 나라는 유치 과정에서 뇌물 혐의, 경기장을 건설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등 몇 가지 중대한 의혹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타르에선) 아직 동성애도 불법”이라며 “이런 배경에도 전 세계가 관람하고 즐기는 대회가 열린다. 피파는 ‘축구만 고수하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BBC는 생중계 중단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많은 외신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인권 문제와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장을 짓는 과정에서 수천명의 이주노동자가 공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월드컵이 열린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은 총 974개의 컨테이너로 지어졌다.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해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카타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불러온 이주노동자들을 투입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10~2021년 인도·파키스탄·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약 65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독일 등 유럽 축구협회 10곳은 “월드컵 준비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나서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잉글랜드 축구팀, 인종차별 반대 ‘무릎꿇기’ 퍼포먼스


결국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은 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의미로 ‘무릎꿇기’ 퍼포먼스를 예고하고 나섰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월드컵 기간에 경기 전 한쪽 무릎을 꿇을 것”이라며 “무릎 꿇기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포용력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는 강력한 성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는 지난 2020년 미국 경찰의 흑인 과잉 진압 사망 계기로 킥오프 전 이 같은 퍼포먼스를 펼쳐왔다.

BBC의 개막식 생중계 중단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 개막식에 수백만 파운드를 쓰기로 하면서 전 세계 언론이 인권이 아닌 축구에 집중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BBC가 이주노동자 처우를 비판하고 피파의 부패에 초점을 맞추며 동성애 금지에 관해 얘기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축구 팬들은 물론 중동 지역에선 개최국인 카타르와 아랍 문화를 존중하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을 문제 삼는다면 러시아 월드컵과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식도 송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카타르 관중…텅 빈 홈 관중석


카타르 축구팬의 관람 매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카타르는 21일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당초 양 팀의 경기는 공식 개막전으로 편성되지 않았으나 조직위의 강력한 요구에 하루 당겨 개막전을 치르는 일정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카타르는 전반 16분에 첫 골을 허용한 뒤 전반 31분에 추가 골을 내줬다. 이날 카타르는 유효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다 0-2로 패했다. 1930년 제1회 대회를 치른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패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타르 홈 관중석은 전반전을 마친 뒤 관중이 경기장을 떠나 텅 빈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날 무렵엔 관중석의 3분의 1 정도가 비었다. 그라운드에서 이를 지켜본 펠릭스 산체스 카타르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체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오늘 서포터들에게 실망했다”면서 “다음 경기에서는 그들이 자랑스러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신은 애초부터 축구에 관심 없던 관중들이 동원된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ESPN은 이날 “많은 카타르 홈 관중들은 개막전 전반전을 마친 뒤 경기장을 떠났다”며 “스코어가 0-2라서 역전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과 월드컵 개막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카타르는 자국민 인구가 약 30만명밖에 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노인과 유아를 포함한 수치”라며 “카타르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로 6만7372석의 경기장을 채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아마도 대다수가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스포츠 국제대회 개최국이 관중을 동원하는 일은 빈번하다. 관공서나 학교에 표를 뿌려서 관중석을 꽉꽉 채운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국제 대회인 월드컵 개막전에 관중을 동원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거액의 웃돈을 주고 암표가 거래되곤 했다.


카타르의 인구는 약 280만명으로 이중 외국인이 약 250만명, 카타르 국적자는 약 30만명에 불과하다. ESPN은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약 2200억 달러(약 296조원) 이상을 지출했으며 이는 이전에 열린 8번의 월드컵 유치 비용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며 “카타르가 관중을 돈으로 살 순 있지만, 열정적인 응원까지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 건축, 교통 시설 등을 구축하면서 2290억 달러(한화 310조원)를 들인 것으로 계산해 공개했다. 이를 감안하면 투자액 한참 못 미치는 관람 문화다.


카타르는 개최국 첫 경기 패배라는 불명예 속에 오는 25일 세네갈과 2차전, 30일 네덜란드와 3차전을 치른다.ㅣ국민일보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