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사우디 전 세계 석유 의존 수십 년 지속 위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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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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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소비 3분의 2가 운송 부문 차지…전기차 반대

탄소 배출 감축 연구 지원으로 휘발유차 효율 높이고

미 에타놀 생산 주와 함께 미정부 전치가 장려 공격

기후 변화 회의서 화석연료 사용 감축 촉구 방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수십 년 동안 로비, 연구비 지원, 기후변화 방지 노력을 훼방하는 외교력 행사 등을 통해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을 연장해 왔다고 보도했다.


사막에 들어선 번쩍이는 연구소에 절박한 과제가 주어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경제를 빠르게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는 일이다. 태양 패널을 더 많이 설치하고 전기자동차 보급을 늘려 석유 수요를 크게 줄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외 정책은 국내 정책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국내 석유 수요를 줄이려는 것은 더 많은 석유를 해외에 팔기 위해서다. 세계 경제의 석유 의존을 수십 년 더 지속시키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 사우디는 석유 소비감축 목소리에 훼방을 놨다.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화석연료를 언급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국 사우디 등 여러 산유국들의 반대로 공동성명에 화석연료 감축 요청이 빠졌다.


사우디의 석유 의존 경제 지속 노력은 전방위적이다. 연구, 기술, 교육에 자금을 대고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서둘러 중단해야 최악의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에 반하는 행위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전 세계 석유의 10분의 1을 생산하지만 판매량을 더 늘릴 계획이다. 문제는 사우디 역시 다른 나라 못지않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이미 입고 있다는 점이다.


아람코는 지난 5년 동안 휘발유 자동차의 경쟁력을 지속시키고 전기자동차에 대한 반대를 고취하는 각종 연구에 500여 차례 돈을 댔다. 또 미 에너지부와 함께 휘발유와 엔진 성능을 크게 늘리기 위해 6년 동안 진행하는 연구와 석유 생산을 늘리기 위한 연구,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장비 개발에 돈을 대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대학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5억 달러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특히 사우디는 지난 2016부터 매년 미국 내 로비자금으로 전 세계 최고액인 1억4000만 달러(약 1893억원)을 지출해왔다. 2018년 미 언론인 카슈크지를 살해해 추락한 사우디의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쓰이기도 했고 전기자동차로 위협받는 에타놀 생산 농업 지역과 협력을 강화하는데 쓰이기도 했다.


아람코 최고경영자(CEO_ 아민 나세르는 “사람들이 탄화수소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자고 하는데 절대 반대”라고 했다. 석유 시장 투자가 줄어들면 더 큰 위험이 닥친다는 것이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탄화수소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전 세계 에너지 사용의 핵심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부는 또 사우디가 “기후변화 방지 대화를 방해하기는커녕 석유 및 가스 업계의 배출 감소를 위한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국내에서도 청정에너지 전환을 아직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 생산 전력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가 못된다. 그러나 사우디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사우디 전 지역이 에어컨 없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킹 압둘라 석유 연구소 안비타 아로라 연구원은 지금처럼 석유를 써대면 팔 수 있는 석유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2020년초 노스다코타주 포드캐스터 롭 포트에게 사우디 대사관이라고 밝히는 사람이 전화를 걸었다. 석유 시장과 관련해 사우디 대변인을 인터뷰해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는 전화였다. 전화한 사람은 농업과 에타놀 산업, 그리고 사우디를 위해 로비하는 LS2그룹이라는 회사의 댄 레더먼이었다.


그해 5월 포트가 사우디 대사관 대변인 나하드 나제르를 인터뷰했다. 포트는 ”그들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임을 강조했다“고 했다.


LS2그룹은 다코타, 텍사스, 아이오와, 오하이오주를 상대로도 같은 로비 활동을 폈다. 이 회사는 매달 12만5000 달러를 받으며 지방 라디오, 학자, 행사기획자, 스포츠산업 관계자, 전직 축구선수, 스키장과 소유자 등과 접촉해왔다.


미국 내 에타놀 생산이 가장 많은 아이오와주 상원의원 출신 방송진행자 제프 앤젤로는 ”에타놀 생산자들과 사우디가 ‘바이든 정부가 전기자동차를 사도록 권장하는 건 잘못’이라는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아람코는 미 디트로이트의 한 연구소를 지원해 자동차 배기가스의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흡착률이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휘발유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세계 석유의 3분의 2는 운송 부문이 소비하기 때문에 휘발유 자동차가 감소하면 석유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람코는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연료소비를 극도로 줄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으며 사우디가 돈을 댄 일부 연구는 전기자동차의 결함을 강조한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석유의 종말을 주장한 것에 절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IEA의 주장은 미 할리우드의 종말을 말하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했다.


사우디는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석유 생산비가 배럴당 7.5 달러로 매우 낮아 경쟁력이 가장 앞선다. 또 석유에 포함된 메탄을 제거하는 등으로 다른 나라 석유보다 품질도 앞선다.


지난해 사우디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카타르 등과 함께 시추과정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약속에는 석유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은 배제돼 있다.


사우디 당국자들은 재생에너지 및 청정 전기자동차 전환이 너무 빨리 진행되면 경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시장이 요동친 사례를 지적한다.


모함메드 빈 살만 사우디 황태자는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에서 ”비현실적 배출 감소 정책으로 주 에너지원을 배제하면 몇 년 동안 전에 없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에너지가격이 오를 것이며 실업이 늘고 사회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우디와 러시아는 지난 3월 유엔의 정책보고서에서 ”인류가 촉발한 기후 변화“라는 문구를 삭제하려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화석 연료의 적극적 소멸을 호소하는 문장을 삭제하는데 성공했다. 사우디 석유 및 광업자원부 담당자가 이 문구가 ”정책 결정자들의 선택권을 줄인다“고 주장해 삭제하는데 성공했다.


사우디는 이집트 기후총회에서 탄소를 대규모로 포집해 저장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우디는 2027년까지 200만대의 휘발유 자동차가 배출하는 탄소를 저장하는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