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LF 사우디 원로 “이스라엘, 이란과 사우디 전쟁 유도”…아람코는 호르무즈 장기 봉쇄 경고
페이지 정보
본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의 직접 충돌을 피한 배경을 두고,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이란 사이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동 전쟁 이후 사우디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 지속을 부추겼다는 서방 언론 보도가 이어진 가운데, 사우디 왕가 원로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사우디 왕가 원로인 투르키 알-파이잘 전 정보총국장은 지난 9일 아랍 언론 ‘아샤르크알-아우사트’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의 전쟁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이 지역은 폐허와 파괴 속에 빠지고, 수천 명의 아들·딸들이 우리와 관계없는 전투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르키 왕자는 사우디가 군사적 보복에 나설 수 있었지만, 그 경우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사우디가 이란에 대한 보복으로 공격을 감행하려 했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는 사우디 석유 시설과 해수 담수화 시설의 추가 파괴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지도부가 전쟁 확대 대신 국민 보호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투르키 왕자는 “이란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파멸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려 했을 때, 우리 지도부는 자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웃 국가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사우디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일부 서방 언론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함께 미국에 이란 전쟁 개전을 촉구하고, 휴전을 만류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놨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24일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일주일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며 미국이 이란 신정 정권 붕괴를 위해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에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 정부를 축축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란이 걸프 지역에 장기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미국의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사우디가 공격받자 상당한 분노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르키 왕자는 이번 기고문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이란이 전쟁하도록 부추겼지만, 그 계략에 말려들지 않고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 빈 살만 왕세자라고 강조했다.
투르키 왕자는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역내 및 서방 언론에서 사우디의 입장을 의문시하는 불협화음이 커져왔다”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혜와 선견지명 덕분에 왕국은 전쟁의 참화와 그 파괴적 결과를 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사우디는 파키스탄과 함께 전투의 불길을 진화하고 확전을 막으며 평화를 옹호하는 이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의 생명과 이익이 안전하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며 사우디가 종전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안보 논란과 별개로 사우디 석유 산업은 전쟁 속에서도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사 아람코는 지난 10일 “3월까지 올 1분기 3개월간 영업에서 순익이 325억 달러(47조 5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상황을 감안하면 의외의 실적이다. 분기 중인 2월 28일부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됐고, 초기에 사우디의 페르시아만 쪽 유전과 정유시설이 이란 공격으로 크게 파괴됐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전쟁 전 하루 10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약 700만 배럴을 수출했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 다음의 세계 산유량 순위를 다투는 사우디의 수출 대부분은 페르시아만, 즉 걸프 또는 아라비아만의 정유소와 항구 터미널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도 사우디에는 대체 수송로가 있었다. 사우디는 다른 중동 산유국과 달리 페르시아만 동해안에서 홍해 서해안까지 2000㎞를 직선으로 잇는 아라비아반도 내륙 관통 동-서 송유관을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가 전쟁 직후 동해안 변 시설들을 폐쇄하고 석유를 이 파이프로 홍해 변 정유소와 터미널로 보내 수출을 이어간 점이 호성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아람코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될 경우 세계 석유제품 재고가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민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전 세계 휘발유와 항공유 재고가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심각하게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나세르 CEO는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석유 공급 감소 규모가 누적 10억 배럴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재고가 유가 폭등을 막아주는 유일한 완충 장치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한다고 해서 원유 시장이 금세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유 공급 정상화가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DK저널|
- 이전글병역 면제 갈등에 흔들리는 네타냐후 연정…초정통파 정당, 조기 총선 압박 26.05.14
- 다음글호르무즈 우회 물류망 급부상…걸프 사막 가로지르는 ‘트럭 행렬’ 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