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李대통령 "안미경중 시대 지났다"…이탈리아와 전략관계 격상·아프리카 협력 추진
페이지 정보
본문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외교의 기존 틀로 여겨졌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른바 '안미경중'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히며 국익 중심의 새로운 외교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탈리아와의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미래 산업과 개발협력 분야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한국의 외교정책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공식으로 설명돼 왔다"며 "국제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은 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미국에 대해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 외교정책의 핵심축"이라고 평가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공급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위자"라면서도 "양국 간 산업 경쟁도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단순히 균형을 잡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의 역학 관계,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 과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익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법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이탈리아는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채택할 예정인 '전략적 행동계획 2026~2030'에 대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우주,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 구상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의 경쟁은 단순히 생산량의 규모가 아니라 기술과 창의성을 얼마나 더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20세기에 한국과 이탈리아가 제조업에서 함께 성공의 역사를 썼듯,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는 새로운 산업 혁신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자동차의 첫 독자 모델인 '포니'가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도 언급했다.첨단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조선, 자동차 등 첨단 제조 역량 고도화를 제시했다. 또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에너지 등 주력 산업에 AI를 도입해 '자율 제조' 기반의 고효율 생산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핵심 원자재, 반도체, 배터리, AI 인프라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단일 국가가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파트너들과 공동 연구와 인재 교류, 청정에너지, 전략적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양국 협력은 유럽을 넘어 아프리카 개발협력으로도 확대된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 필요성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한-이탈리아 개발협력 MOU를 체결해 양국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어 "이탈리아는 이 협력을 유럽 차원으로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이탈리아 협력을 양자 경제·산업 협력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와 개발협력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이 대통령은 "한국에 있어 이탈리아와의 관계 강화는 양자 관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의 전략적 협력을 넓히는 중요한 발판"이라며 "한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탈리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적극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독자적 역량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독자적 역량이란 동맹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안보를 직접 책임질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국방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시대를 열겠다는 분명하고 단호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 등 복합 위기가 겹친 국제 정세 속에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공유하는 한국과 유럽 간 전략적 대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화외교에 대해서는 한류 기반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소프트파워의 가장 큰 힘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능력"이라며 "문화는 언어의 장벽과 국경을 넘어 상호 이해를 돕고, 국가 간 신뢰와 공감대를 넓히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이어 "문화 교류는 우리 외교의 핵심축 중 하나이며, 정치·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견고한 기반"이라고 덧붙였다.국내 현안과 관련해서는 저출생과 지역 불균형 문제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저출생을 단순한 출산율 문제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신뢰와 희망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또 "국토의 균형 발전은 단순히 정책적 목표를 넘어 한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며 "청년들이 어느 지역에 살든 좋은 일자리, 교육, 문화,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고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12·3 비상계엄 사태 등 헌정 위기와 관련해서는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2024년 12월 당시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거론하며 "그 사건은 대통령 권력의 자의적인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적절한 통제 장치가 부족했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지난 3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대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주관 공식 환영식 참석에 이어 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를 진행한다. 이후 상·하원의장을 각각 면담하고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국빈만찬에 참석한다.
12일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소인수회담 및 확대회담을 갖고 MOU 교환식에 참석한다. 같은 날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열린다.13일에는 피렌체를 방문해 토스카나 주지사와 피렌체 시장 등을 만나 문화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이전글李대통령 “한·EU 협력 실질 성과 도출”…디지털통상협정에 “중요한 주춧돌” 평가 26.06.11
- 다음글지방선거 승리에도 남은 과제…정청래 당권 도전 시험대 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