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UAE 왕실 패밀리 오피스 AC 리미티드, 글로벌 금융권 ‘핵심 접점’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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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왕실 자금의 조용한 제도권 진입이 글로벌 금융가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아부다비 왕실의 패밀리 오피스인 AC 리미티드(AC Limited)는 단순한 자산 운용 조직을 넘어 월가와 글로벌 사모펀드, 대형 투자사들이 중동에서 반드시 접점을 만들려는 핵심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맥킨지의 수석 자문이자 패밀리 비즈니스 전략가인 마틴 롤은 “현재 우리는 왕조 자산의 조용한 제도권 진입(제도화)을 보고 있다”며 “이들 왕실 패밀리 오피스는 더 이상 단순한 자산 관리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적극적 주체로 자리 잡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C 리미티드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자 아부다비 토후국의 국왕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의 자금을 운용하는 패밀리 오피스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등 월가 투자은행(IB)의 주요 인사들도 중동 출장을 올 때면 이곳을 찾아 눈도장을 찍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바이 금융가에 위치한 이 회사의 운용 자산 규모는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다. 다만 무함마드 대통령이 총 자산규모가 3350억 달러를 웃도는 알 나흐얀 가문의 수장이라는 점, 그가 통치하는 아부다비의 3개 국부펀드인 ADIA, 무바달라, ADQ의 운용자산 규모가 2조 달러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AC 리미티드의 유·무형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기업과 월가 금융사들이 AC 리미티드를 찾는 이유는 자금 동원력만이 아니다. 돈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아부다비 핵심 인맥과 신뢰를 얻기 위해서다.
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AC 리미티드와 사적 친분을 쌓거나 공동 투자사업을 진행한 경험은 오일머니 세계에서 아부다비 핵심 인사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명예로운 징표로 받아들여진다. 나아가 다른 지역의 대형 투자사들과 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영국 출신의 아랍 왕실 전문가 마이클 필드는 “아부다비는 막대한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며 “AC 리미티드는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경영진이 이 지역을 방문할 때 찾는 핵심 접점”이라고 말했다.
왕실 자금의 존재감은 그동안 무바달라나 아부다비투자청(ADIA) 같은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조명돼 왔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그간 아부다비의 자금력은 무바달라나 아부다비투자청(ADIA) 같은 국부펀드 중심으로 조명됐지만 이면에는 글로벌 기관과 맞먹는 규모의 왕실 자금줄이 존재한다”면서 “아부다비가 글로벌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AC 리미티드의 존재감은 더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최근 AC 리미티드는 방위산업 분야로 투자 확대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 원칙은 AC 리미티드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 회사는 그간 아부다비 왕가와의 관련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그래서 이들과의 거래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존재한다.
미국계 헤지펀드 임원은 “이 회사가 누구의 돈으로 투자에 나서는지 묻는 순간 회의는 끝난다”고 말했다.
AC 리미티드의 한 페이지짜리 웹사이트에도 자금줄로서 왕실의 존재나, 경영진의 면면, 투자 내역은 공개돼 있지 않다.
마틴 롤은 “아랍 왕실의 패밀리 오피스는 글로벌 금융 전반에 필수적이자 영향력 있는 파트너”라며 “다만 이들은 민간 거래에 참여하거나 주요 상장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외부의 시선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기관급 패밀리 오피스
AC 리미티드의 투자 활동은 무바달라와 두바이 투자공사(ICD),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이끌고 있다. 일부 인력은 세르베루스, 시타델, 크레디트스위스, 워버그핀커스에 몸담았던 베테랑이다.
핵심 경영진에는 UAE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 출신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오사마 코레이비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고, 미 육군 전투 의무병 출신인 대 하(Dae Ha)는 투자 디렉팅 부문 고위직으로 일한다.
왕실 측근들도 조직과 연결돼 있다. 무바달라의 대표(CEO)인 칼둔 알 무바라크가 이사회에 참여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의 아들이자 최근 투자 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 나흐얀은 감사 역할을 맡고 있다.
로스차일드 출신의 올리비에 쿠르투아는 사모투자를 총괄하는 핵심 인사다. 매버릭 캐피털에서 일했던 리시 렌젠은 공모시장 투자를 이끌고 있다.
런던에 위치한 패밀리 오피스 전문 채용업체 아그레우스의 공동창업자 폴 웨스톨은 “이들은 기관급 수준의 패밀리 오피스”라며 “규모와 운영의 정교함 측면에서 최상위권”이라고 평했다.
AC 리미티드가 보유한 맥라렌 지분은 직원 복지로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직원들은 약 40만 달러짜리 스포츠카를 절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부터 사모신용까지
AC 리미티드가 투자하는 자산군은 광범위하다. 미국의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월가의 사모펀드 공룡인 블랙스톤 및 칼라일 그룹과도 공동 투자를 진행한다.
비상장 기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AC 리미티드는 슈퍼카 제조사 맥라렌과 암 진단용 호흡 분석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등의 주주이기도 하다.
작년 초에는 프랑스계 사모펀드 아르디앙(Ardian)의 300억 달러 규모 세컨더리 펀드 조성을 지원했다. 유럽 사모신용 회사 헤이핀(Hayfin)의 경영진 인수(MBO) 방식 딜에도 자금을 댔다.
약 7억 달러 규모의 우즈베키스탄 국부투자펀드 상장에도 참여했다.
지난 2018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비상장화를 도모했을 때도 AC 리미티드는 주요 투자자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필요한 자금 조달을 자문한 바 있다.
중국 중신(Citic) 계열 사모펀드의 20억 달러 바이아웃 펀드에도 투자했다. 해당 펀드는 국영 건설장비 업체 XCMG의 구조조정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뉴마운틴 캐피털과 함께 의료장비 유통회사 VWR을 64억 달러, 부채 포함 기준으로 인수하는 거래에도 참여했다.
이러한 투자 이력에 대해서는 공개된 자료가 거의 없다. 블룸버그는 여러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내용을 취합했다.
다만 모든 투자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AC 리미티드는 지난 2023년 오스트리아의 기업가 르네 벤코의 부동산 회사 지그나(Signa)의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빌려줬지만, 그해 말 회사가 파산하면서 해당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무산됐다.
해당 자금은 베네치아 바우어 호텔과 함부르크 쇼핑센터, 베를린 호텔 개발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전략 투자와 왕실 자금 네트워크
AC 리미티드는 UAE의 전략적 목표와 맞물리는 투자에도 참여해 왔다.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Nio)가 상장하기 전 주요 기관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이후 니오는 아부다비 국부펀드의 추가 투자를 받은 뒤 UAE에 연구개발 거점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주요 인사들이 중동과 UAE를 찾을 때 AC 리미티드는 필수 방문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들 가운데는 헤지펀드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 백악관 공보국장도 포함돼 있다.
이곳을 찾는 유명 인사들은 고급 일본 레스토랑 ‘클랩(Clap)’ 등 인근 명소에서 식사 모임을 갖는다. ‘클랩’에서는 라이브 DJ 공연과 300달러짜리 오마카세 메뉴가 제공된다.
UAE에는 AC 리미티드 외에도 유사한 패밀리 오피스들이 존재한다.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알 나흐얀이 이끄는 로열 그룹, 셰이크 칼리드와 연계된 사나드 아부다비, 아부다비 왕실 자산을 운용하는 아부다비 캐피털 그룹, 두바이 왕세자 셰이크 함단 빈 무함마드 알 막툼의 자금을 굴리는 샤말 홀딩 등이 대표적이다.
마틴 롤은 “이러한 패밀리 오피스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장기 투자 성향,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지녀 금융가에서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 중 하나”라며 “단 하나의 인연이 대형 거래 성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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