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몇인데”…‘경기·인천 제외’ 서울 교통패스에 시민들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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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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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25)는 매일 서울 동대문구로 출퇴근한다. 그는 지난달 서울시가 월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 패스권을 도입한다는 소식에 기분이 들떴다. 평소 한 달 20만원 가까이 들던 교통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씨는 서울시의 발표를 듣고 실망했다. 경기 지역에서 지하철·버스를 탑승할 때는 교통 패스권이 적용되지 않아서다. 이씨는 “독일에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컸는데 허탈한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시가 발표한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경기·인천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에게는 ‘반쪽 혜택’에 그쳤다. 애초 수도권 지역 통합 교통 패스권을 만들겠다는 구상과 달리 서울→경기·인천에만 적용되고 반대의 경우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인천시는 ‘인접 지자체와 협의 없는 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했다. 경인권 시민들 사이에서는 “서울시민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씨는 “신분당선·광역버스 등 경기도민이 서울을 오갈 때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프리패스 대상에서 빠져있다”며 “웬만큼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가격 대비 효용이 별로 없다. 사실상 서울시민만을 위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기후동행카드의 ‘손익분기점’은 40회다. 서울을 왕복하는 경기도민은 80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본전인 셈이다. 그마저도 기본요금이 서울과 다른 버스는 적용되지 않는다.서울·경기·인천은 ‘수도권’으로 묶이지만 정책은 서울을 중심으로만 결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 김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씨(27)는 “친구를 만나거나 놀기 위해 대부분 서울로 가게 되고, 소비도 서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일방적 정책을 보면 ‘서울과 공동생활권이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학 등교와 아르바이트를 위해 서울·수원을 오가는 최승규씨(25)는 “서울도 수도권의 일부인 만큼 교통정책은 당연히 수도권 내 지자체와 협의를 충분히 거쳤어야 했다.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자기 서울만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대학생 성모씨(26)는 “도입 취지가 나쁘지 않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서울시와 각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섰으면 좋겠다. 경기권까지 패스가 확대된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경인 지역이 혜택에서 빠진 것을 성토하는 반응이 나왔다. 엑스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누리꾼은 “서울 천룡인(유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최고 신분을 일컫는 말)들만 혜택받는 거지 경인에서 출퇴근하는 노예들을 위한 시스템은 아니다”라며 “경인 사람들은 혜택도 못 받고 2시간 걸려 고향에 오면 서울에서 보낸 쓰레기를 매립해줘야 한다”고 했다. “종일 먹고 일하는 데가 서울이어도 잠자는 데가 경기도라고 (교통패스를) 안 해준다” “경기도민들은 무턱대고 샀다고 오히려 손해 볼 수 있으니 잘 계산해봐야 한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1일 성명에서 “서울시의 대중교통은 서울시민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정기권은 사실상 동일한 생활권인 수도권 시민들 간의 차별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욕심 때문에 통합적이어야 할 교통정책에 자꾸 엇박자가 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