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십년만의 최고 인플레 비상…전세계 ‘도미노’ 금리인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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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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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전 세계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초비상이 걸리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도미노처럼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금리 인상은 유력해졌다. 30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올릴 여력이 충분하며 오는 3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최대 7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과 물가의 놀랄 만한 진전을 고려할 때 미국 경제에는 더는 지속적인 높은 수준의 통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것이 우리가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그만큼 연준이 인플레이션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노동부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속에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7% 올랐다고 밝혔다. 39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비단 미국 만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올랐다. 전월의 5.1%보다 오르면서 3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4월 가스 및 전기 가격이 최대 50%까지 오를 경우 6%를 넘어 7%대 상승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독일, 캐나다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마찬가지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인 현상임을 보여주고 있다.


각국은 인플레이션 비상에 금리 인상을 실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미 팬데믹 이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가장 먼저 지난달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캐나다 대형 은행 뱅크오브노바스코샤는 현재 0.25%인 캐나다 기준금리가 올해 안에 2%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은 금리를 인상하진 않았지만 성명을 통해 그동안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명시해온 ‘향후 가이드라인’ 항목을 삭제하고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아시아 및 중남미 국가들도 이미 금리 인상 움직임에 나섰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지난 20일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칠레 중앙은행은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날 기준금리를 4%에서 5.5%로 1.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러시아 브라질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파키스탄 등도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신흥시장에서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 국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된다. 세계은행(WB)은 “저소득국 가운데 60%가량이 부채 재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외환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연준의 금리 인상에 신흥국이 다양한 정책수단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