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 낳으면 돈 줄게”…정책 실패에도 대선 주자들은 또 돈 뿌릴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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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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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생·사망 통계]

16년간 200兆 투입 성과 딱히 없었으나

또 임기응변 정책 들고나온 대선후보들

“인구 영향 종합적으로 따져 재설계해야”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가 해당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은 26만500명으로 집계됐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전년(0.84명)보다 0.03명 줄었다. 2020년 시작된 인구 자연감소도 2년째 이어졌다. 2006년부터 정권을 네 번 바꿔가며 200조원을 쏟아부은 저출산 극복 대책의 성과다. 역대 정부가 뭉칫돈을 동원해 추진해온 ‘출산 시 현금 지급’ 방식으로는 인구 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주요 대선 후보들은 기존 저출산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임기응변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쪽이 득표에는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출산과 보육 중심으로 짜인 지금의 인구 정책을 이동·사망 등 다른 여러 요소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해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월 100만원씩 지급”


대선을 2주 앞둔 23일까지 각 당 대선 후보들이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며 내놓은 공약을 살펴보면 현재 정부에서 시행 중인 정책과 비슷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선 후보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자동 등록제’ 도입을 약속하고,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공공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어린이집 유형별로 서로 다른 교사의 임금 격차도 해소하겠다고 했다. 일반 보육료와 보육교사의 인건비 계정을 분리하는 대안도 제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출산 후 1년 동안 부모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는 아기를 낳으면 200만원의 ‘첫 만남 이용권’을 주는 현 정책에다가 돈을 좀 더 얹어주는 것이다. 윤 후보는 부모가 각각 1년 6개월씩 총 3년의 육아휴직을 쓰는 내용의 육아휴직 기간 확대 공약도 내세웠다. 그는 민간 어린이집의 서비스 수준과 보육교사 처우를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저출산 공약도 현 정부 정책을 반복하거나 재정 투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심 후보는 아동수당을 현재 만 8세에서 만 11세(초등학생)까지 확대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을 50%로 늘리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공공 보육시설을 확대하고 반값 공공 산후조리원을 세우겠다고 했다.


“재정 투입만으론 한계…정책 큰 그림 그릴 때”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흐름으로 고착화한 만큼 인구 감소를 아예 피할 수는 없더라도 그 속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노력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면 경제는 물론 교육·복지·문화 등 국가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다만 재정 투입을 통한 출산 장려에 집중하는 현 방식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인구사회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인구 문제에 접근할 때 너무 출산이나 보육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 국가의 인구 변화는 출생뿐 아니라 인구 이동과 주거, 취업, 사망 등을 모두 포괄하는 문제이므로 정책 설계도 보다 큰 그림을 그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지금 정부로 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같은 기구의 역할을 강화하거나 국가 리더가 담당 부처의 정책 추진 의지에 확실히 힘을 실어줘야 실효성 있는 인구 종합대책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이다. 그런데 위원장인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동안 이 위원회 회의에 단 두 차례 참석했다.


조 교수는 “다음 정부에서는 지금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인구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반영한 인구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