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크라 사태는 반영도 안됐다..벌써 밀가루 대란, 라면·빵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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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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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대란이 시작됐다. 수입 물량은 큰 변화가 없는데 가격은 천정부지다. 라면ㆍ빵 같은 가공식품에 외식 물가까지 줄줄이 더 오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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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있다. 전 세계 밀 수출량의 30%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수출을 제한하면서 주요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뉴스1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 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올해 2월 밀가루 수입량은 2090t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6% 소폭 감소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 했다. 하지만 수입 금액으로 따지면 199만8400달러(약 24억원)로 21.8% 증가했다. 비슷한 양을 1년 전보다 20% 넘게 비싼 값에 수입했다는 의미다.


다른 밀 원료도 마찬가지다. 2월 밀전분 수입량은 3276t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는데, 수입액으로는 163만7500만 달러로 20.4% 증가다. 가축 배합사료로 주로 쓰이는 밀기울(밀을 가루로 빻아내고 남은 찌꺼기) 역시 수입량이 38% 증가하는 사이 수입액은 95.1%로 배 가까이 뛰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빠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 곡물 시장정보 통계를 보면 1일 기준 밀 국제 가격은 t당 361.74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1% 올랐다. 콩(31.3%), 옥수수(12.9%) 등 다른 곡물 값도 상승세다.


문제는 국내 밀가루 대란이 아직 초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침공 영향은 3월 수출입 실적에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국내 수입 가격과 물가에 단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쟁으로 인한 흑해 지역 곡물 생산량 감소, 대 러시아 수출입 제재 영향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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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소비되는 밀 대부분은 외국산이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라면ㆍ과자ㆍ빵ㆍ국수 등 가공식품 가격, 외식 물가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 등 곡물은 국내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각종 식품ㆍ외식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코로나19 공급망 교란 장기화, 우크라이나 사태로 먹거리 물가가 추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식량 안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권영세 부위원장은 “국내 식품 대기업은 우크라이나 사태 조짐이 보일 당시에 선제적으로 밀을 대량 구매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반면에 동네 빵집, 칼국숫집이나 만둣국집 등 소상공인들은 코로나로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부위원장은 “(식량) 가격 급등은 요소수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분과별로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검토한 뒤 인수위 차원의 민생 안정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ㅣ중앙일보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