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은행 횡령 700억 육박..열쇠 도난, 1년 결근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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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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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직원의 8년간 횡령 금액이 약 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에 적발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외에 두 건의 횡령 혐의가 추가되면서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 전모씨는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 이는 검찰이 기소할 당시의 횡령 금액(614억원)보다 83억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이 같은 ‘우리은행 횡령사건’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전씨의 범행은 2012년 6월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A사의 출자전환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원)를 빼돌리면서 시작됐다. 출자전환주식은 은행이 기업에 대출한 돈을 회수하지 않는 대신 대출 금액에 해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받는 것이다. 이 주식은 전씨가 업무상 직접 관리했다.


그는 이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현금으로 인출하기 위해 팀장의 금고 열쇠까지 훔쳤다. 전씨는 팀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금고 열쇠를 훔쳐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를 꺼낸 뒤 한국예탁결제원에 직접 가 23억5000만원을 수령했다. 이어 친동생의 증권 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10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 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억5000만원을 세 차례(2012년 173억원, 2015년 148억원, 2018년 293억원)에 걸쳐 빼돌렸다. 전씨는 계약금을 인출하기 위해 위조한 문서에 우리은행장의 직인을 사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씨가 다른 결재 문서에 사용하겠다고 은행장 직인 사용을 신청한 뒤 위조문서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2014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천공장 매각 계약금 등 59억3000만원을 출금 요청 허위 공문을 발송해 4회에 걸쳐 빼돌렸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점을 문제로 꼽았다. 전씨가 회사 곳간을 사금고인양 수백억 원씩 빼돌릴 때까지 8년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서다. 일단 통장 관리자와 현금 인출 시 직인을 보관하는 담당자를 분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2011년 11월부터 사고가 드러난 2022년 4월까지 중간에 1년 정도 지점 근무를 한 것을 제외하면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장기근무 해왔다. 더욱이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1월까지는 부서장에게 ‘외부 기관에 파견을 가게 됐다’고 허위로 구두 보고 한 뒤 1년간 무단결근했지만 아무도 적발하지 못했다. 전씨가 허위로 만든 문서에 적힌 출금액과 실제 출금전표의 액수가 달랐는데도, 결재 과정에서 누구도 이상 거래를 발견하지 못했다.


횡령 자금 용처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3분의 2 정도가 전씨의 친동생 명의 증권 계좌로 유입돼 주식, 선물옵션 거래 등에 사용됐고 나머지는 친인척의 사업 자금 등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횡령액의 사용처와 환수 가능 금액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거쳐야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 책임이 있는 임직원의 범위, 제재 수위를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대형 금융사의 횡령 사고를 발견하지 못해서다. 이와 관련해 이준수 부원장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시스템과 지배구조 위주로 검사하기 때문에 개별 사건을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ㅣ중앙일보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