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겨울 에너지 요금 3배 올라..영국 국민 "차라리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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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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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정 내 가스레인지. 로이터=연합뉴스


올겨울 영국 가계의 전기·가스 요금이 1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른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전기·가스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하는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표준가구 기준 연간 3549파운드(약 557만원)로 책정했다고 가디언·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월 단위로 계산하면 약 46만원이다. 현행(1971파운드)보다 80% 높은 수준이며, 1년 전인 지난해 10월(1277파운드)보다 약 3배 올랐다.


조너선 브리얼리 오프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상분으로 영국 전역의 가계에 대규모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에너지 시장의 가격 상승 압박에 따라 내년 1월에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사회 곳곳에선 에너지 가격 인상분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연료 자선단체인 '내셔널 에너지 액션'은 이번 인상 결정에 따라 900만 가구가 에너지 빈곤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내 일부 빈곤층 가정은 가계 예산의 47%를 에너지 비용에 써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트위터를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인상된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며 "그대로 진행되도록 내버려 둘 수 없고, 취소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와 에너지 회사들은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인 개혁과 동시에 장기간의 비용 동결을 위한 자금 패키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정부 개입이 없으면 에너지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죽음에 내몰릴 것"이라며 "가격 상한선을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을 이끄는 토르스텐 벨은 "상당 수준의 원조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영국은 올겨울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년엔 더 심각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오프젬은 시장 혼란을 이유로 내년 초 에너지 가격 상한 전망치를 내놓진 않았으나, 에너지 수급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는 내년 4월께 에너지 상한 요금이 이날 발표한 인상분에서 1.8배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월 인사이트는 이날 오프젬의 발표 직후 내년 1월 상한선이 연간 기준 5387파운드(약 846만원), 내년 4월엔 6616파운드(약 1038만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은 에너지 공급업체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전기·가스 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에너지 요금 상한제를 운용 중이다. 영국 전역의 약 2400만 가구에 해당하며, 일정 기간 고정 요금을 내는 요금제 소비자는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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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에너지 요금은 영국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10.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내년엔 18%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영국 중앙은행은 연말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치솟는 에너지 요금에 영국 내에선 차라리 해외에서 겨울을 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에너지 가격 상한을 54% 인상하겠다고 하자, 구글에서 '해외 이동' 검색 건수가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캐나다·호주를 중심으로 관심도가 증폭했다. 최근엔 스페인·포르투갈·터키 등 물가가 낮은 국가도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


로이터는 "다른 유럽 정부들이 가스 절약과 비축, 비용 절감에 집중했지만, 영국 정부는 차기 총선 경쟁으로 인해 마비된 상태"라며 "차기 총리는 에너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원자력·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낮고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은 발전량의 약 40%를 가스에 의존했다.ㅣ중앙일보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