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英 새 총리에 40대 여성 리즈 트러스.. 경제난·포스트 브렉시트 등 위기와 과제 풀어갈 해결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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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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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새 총리로 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이 선출됐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5일(현지 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트러스 장관은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된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이날 낮 12시 30분(한국 시각 오후 8시 30분) 지난달 1일부터 한 달여간 전국 16만 보수 당원을 상대로 우편과 인터넷으로 실시한 신임 당대표 선거에서 총 14만여표의 유효 투표 중 트러스 장관이 8만1326표를 얻어 6만399표를 얻은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을 꺾었다고 발표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보수당 새 대표가 확정됨에 따라 보리스 존슨 총리는 6일 오전 총리 임면권자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찾아 총리 사임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어 여왕은 트러스 장관을 불러 새 총리로 임명하는 동시에 내각 구성을 요청한다.


일간 더타임스 등 영국 주요 언론은 “트러스 신임 총리가 대외적으로는 대(對)러시아 강경책,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차질 없는 진행 등 전임 존슨 총리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국내 정치에서는 경제 위기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과감한 개혁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여러모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처 전 총리는 1980년대 내내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뚜렷한 보수 우파 정책을 펼쳐 ‘철의 여인(Iron Lady)’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트러스 총리 역시 “마거릿 대처는 나의 롤 모델(role model)”이라며 정책과 리더십 등에서 대처 총리와 유사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효율화 등 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추구한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를 반드시 패배시켜야 한다”며 선명한 대(對)러 강경 노선을 걷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적극 옹호하며, 영국이 유럽연합(EU)의 틀에 갇히지 않고 국제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중국에도 “영국과 세계 안보에 실질적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며 매우 비판적이다. 일간 데일리메일은 그의 측근을 인용해 “트러스가 총리 자리에 앉으면 (자신이 모든 사안을 주도하는) 대통령식의 통치 방식을 보일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현재 상황 역시 40여 년 전 대처 전 총리 취임 때와 비슷하다. 영국은 지난 7월 10.1%의 높은 물가 상승률과 함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1% 감소하며 경기 침체가 예고되어 있다. 파운드 가치는 이날 장중 1.145달러까지 떨어져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과거 식민지였던 인도에 올해 1분기 GDP 규모가 역전당하는 굴욕도 겪었다. 실업률은 3.8%로 낮지만,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 임금 하락으로 근로자의 불만이 폭발, 철도·지하철·버스·환경 미화 등 공공 부문 전체로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파업과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함께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이 겹쳤던 1970년대 말 상황과 판박이”라고 평가했다.


대처 전 총리는 당시 위기를 이른바 ‘영국병(British Disease)’으로 진단하고 ‘대처리즘(Thatcherism)’으로 극복했다. 광업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전국적 파업에 강경 대응하고, 노동시장 자유화, 기업 감세, 경쟁 촉진, 정부 부문 축소와 민영화 등의 정책을 대거 도입했다. 영국 경제의 문제를 외적인 데서 찾지 않고, 비효율성이 장기적으로 누적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체질 개선’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트러스 총리 역시 이와 유사한 해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생계비 지원 및 부담 경감 대책 시행이다. 영국은 당장 10월 중 전기료가 80% 뛸 예정이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이미 수십조 원을 들여 현금 지원과 일시적 세금 인하 등의 대책을 최소 두 차례 이상 내놨다. 영국은 그러나 존슨 총리의 거짓말 의혹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로 인해 대응 시기를 놓쳤다. 트러스 총리는 우선 이 문제부터 해결한 뒤, 기업 감세와 에너지 산업 구조 혁신을 내세운 ‘트러스표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간 더타임스 등은 “트러스는 단기적 문제 대응이 아닌, ‘영국의 근본적 변화’를 내세우며 자기 색깔이 분명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연합(EU) 등 주변국과의 갈등, 스코틀랜드 독립 시도 등에 대해서는 존슨 전 총리 시절의 정책적 입장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스 총리 본인이 외무 장관과 브렉시트 담당 장관 등을 지내며 직접 다뤄온 이슈이기도 하다. 그는 당내에서 존슨 전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높아지고, 내각 구성원마저 사표를 내던질 때에도 끝까지 존슨 총리를 옹호,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는 인정을 받았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대처 총리가 1982년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전쟁에 뛰어들어 ‘강골’의 면모를 보였듯, 트러스 역시 대외 문제에는 양보 없는 ‘강수’로 대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ㅣ조선일보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