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주당, 현직 대통령 고발 초강수..실제 수사 가능성은 희박

페이지 정보

작성일 22-09-05

본문

ㅣ이재명 소환에 '불공정 프레임' 맞불 공세


f0cf2dd62ee9c0b1dd5b32e970488c08_1662378711_2103.png 

“야당 탄압 규탄” 비상의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앞줄 가운데)와 의원들이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 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허위사실 공표’ 같은 혐의 고발 “야당만 선택적 수사” 부각

특검은 여당 반대·대통령 거부권 땐 ‘방탄 이미지’ 역공 전략

정부와 정면대응 속 당 안팎 ‘결집’…민생 기조는 희석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5일 윤석열 대통령을 검찰에 고발하고,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 추진을 당론으로 정한 것은 검찰의 이재명 대표 소환 요구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제1야당이 현직 대통령 부부를 향해 고발과 특검법안 추진을 동시에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대표에 쏠린 관심을 윤 대통령 부부로 분산시키는 한편 수사가 진척되지 않으면 불공정 수사·야당 탄압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검찰의 사정정국 본격화에 밀리지 않고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5일 MBC 주관으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김 여사의 주식 투자에 대해 “한 네 달 정도 맡겼는데 손실이 났다. … 손실을 봐서 저희 집사람은 거기서 안 되겠다고 해서 돈을 빼고 그 사람(주가조작 공범 이모씨)과 절연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과 언론 보도를 통해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주식 매수 주문을 직접 넣은 정황이 드러났다. 또 이씨와 절연하며계좌를 회수했다는 2010년 5월 이후인 2010년 6월 김 여사가 다른 증권사 직원과 통화하며 “저와 이씨 제외하고는 거래를 못하게 하세요”라고 말한 내용이 공개됐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것은 이 대표가 같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받은 것과 대비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따라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민주당은 “소추와 별개로 수사는 가능하고, 윤 대통령의 공소시효는 대통령 재임 기간 정지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1월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12·12사건 관련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해 “대통령 재직 중에는 내란죄와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 대통령 수사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정부의 야당 탄압 프레임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서영교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 측의 후보 시절 허위사실 유포에는 수사가 제대로 안 이뤄졌는데, 유독 이 대표에게 출석 통보가 이뤄지고, (당) 관계자들이 불공정한 정치적 수사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비상의원총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허위경력 기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 추진을 당론으로 정한 것도 정부·검찰 압박용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특검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과 여당의 내로남불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걸려는 방탄 프레임을 역으로 씌우면서 불공정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특검법안을 협상 카드로 삼아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김 여사 의혹 규명 국정조사를 관철시킬 수도 있다.


민주당은 김 여사의 범죄 의혹이 구체적이라서 특검 추진의 명분이 있고, 여론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검찰의 이 대표 소환 요구 이후 당내 결집력도 높아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뒤 “원내수석부대표로부터 특검법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고, 의원들의 토론은 없었지만 대체로 이심전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배우자 대상 특검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이다. 특검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김도읍 법사위원장을 필두로 법안 통과를 결사저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문턱을 넘는다고 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주당 강공은 이 대표의 민생 우선 기조를 퇴색시킬 우려도 있다. 여야 및 보혁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 정부·여당 지지세력이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ㅣ경향신문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