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물가 80% 폭등 튀르키예, 2분기 GDP 7.6%↑ 고성장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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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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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화 폭락·물가 놀란 국민들, 구매 앞당겨

가구 소비지출 22.5%↑…한시적 현상일뿐

미 금리 올리는데, 돈 풀며 금리인하 ‘역주행’


튀르키예(터키)가 2분기 예상보다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물가 급상승으로 인한 한시적 현상일 뿐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튀르키예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출을 계획하고 있어, 내년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나홀로 역주행’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튀르키예 통계청은 7일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7.5% 성장)보다도 소폭 늘어난 것이다. 2분기 튀르키예 경제의 성장세를 이끈 것은 민간 소비였다. 가구 소비지출이 무려 22.5%나 증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의 전문가 조사치를 살짝 웃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흐름이 지속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물가 상승 흐름 속에서 미국 등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튀르키예 홀로 ‘역주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14%에서 13%로 인하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은 리라화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이었다. 튀르키예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80.2%에 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2%였던 것과 비교하면 살인적인 수준이다. 일각에선 80.2%라는 수치도 낮게 집계됐으며 실제로는 인플레이션이 180%에 다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폭등하자, 국민들은 소비를 서두르는 중이다. 그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비가 늘며 역설적으로 경제 지표가 단기적으로 개선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 셈이다. <블룸버그>는 “인플레이션에 겁먹은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튀르키예 경제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더 가파르게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며 구매를 앞당기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물가는 계속 오르고, 튀르키예의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 경제 역시 휘청거리고 있어 성장 동력이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 경제학자 셀바 바하르 바지키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인플레이션이 소비에 타격을 주고 유럽의 성장 둔화가 수출을 꺾으면서 하반기 튀르키예 경제는 상당히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잿빛 전망에도 튀르키예 정부는 ‘돈을 푸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 선거를 앞둔 ‘스트롱맨’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 간다는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튀르키예 정부가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용보증기금은 재무부와 시중은행이 대출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기업에 신용대출을 제공한다. 통신은 “대출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에르도안 정부가 오랫동안 선호해 온 정책”이라며 “이 정책으로 만들어진 신규 대출이 경제를 과열시키고 경상수지를 부풀리면서 이전에도 역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