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나토, 내년 초 ‘냉전 후 최대 규모’ 군사훈련…“러 침공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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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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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내년 2~3월 병력 4만여명을 투입해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대대적인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유럽 서방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안보 체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FT는 나토 관리들을 인용해 내년 ‘스테드패스트 디펜더’(Steadfast Defender·확고한 방어자) 훈련이 독일과 폴란드, 발트해 일대에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와 국경을 두거나, 상대적으로 가까운 유럽의 동쪽이다.


이들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공중전 임무 500∼700개와 함정 50여척, 병력 4만1000명이 투입될 계획이다. 훈련에는 나토 회원국 31개국뿐 아니라 아직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나토 가입 비준을 받지 못한 스웨덴까지 모두 32개국이 참여할 예정이다. 신문은 “이같은 규모는 냉전 이후 최대”라고 전했다.


훈련은 러시아 침공시 나토가 싸울 준비가 돼 있음을 러시아에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나토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가상의 동유럽 연합군 ‘오카수스’(Occasus)를 설정해 잠재적 작전 모델을 세워놓고 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훈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가 위기대응 위주에서 ‘전쟁 수행’ 동맹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 지리 정보를 이용해 보다 현실적인 군사 시나리오를 세운다는 점에서도 나토 사상 최초”라고 전했다.


나토는 이와는 별도로 국경 밖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훈련도 실시할 방침이다.


나토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새로운 유럽 방어 전략을 추진해왔다. 특히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고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 주둔하자, 발트해 연안 국가들은 나토가 동부전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고도의 준비 태세를 갖춘 병력을 4만명에서 30만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4만명 규모의 나토 대응군을 거의 8배로 증가시켜 러시아의 침공과 같은 긴급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지역 방위 계획과 ‘연합신속대응군’ 창설에 합의하기도 했다. 독일도 지난 6월 벨라루스 접경국인 리투아니아에 4000명의 병력을 영구 주둔시키겠다고 밝혔다.


나토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한 방어전략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회원국간 합의가 마련되지 않아 여전히 다자간 안보 협력이 취약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30개 이상의 동맹국이 자체 무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무기 공급 부족, 무장 지연 및 중복이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고 짚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