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마틴 스콜세지→쿠엔틴 타란티노, 할리우드의 마블화 저격…"시네마 시대는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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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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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타란티노 "마블 캐릭터 연기하는 배우는 스타 아냐"


원로 감독 마틴 스콜세지에 이어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할리우드가 마블화되고 있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이 슈퍼 히어로 영화에 쏠려있는 현상을 정면으로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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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최근 배우 겸 작가 톰 세구라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투 베어스 원 케이브'에 출연해 “마블 영화를 아주 싫어하지 않으나 사랑하지도 않는다. 내가 20대 였을 때 마블 영화들이 개봉했다면 무척 행복했겠지만, 지금은 60세가 다 되어서 그렇지 않다"라며 "마블 영화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가 되고 있다. 마블 영화는 여러 영화 중 일부였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마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스타가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토르가 스타다"라며 "2005년만 하더라도 좋은 영화의 주연을 맡는 배우가 스타였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마블이 구축해놓은 캐릭터만 각본대로 연기하면 되니, 배우가 캐릭터를 확장할 창의력을 거세 당한 채 영화의 한 부품으로 존재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이다.


이는 지난 2019년 마틴 스콜세지가 영국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는 영화(cinema)가 아니다. 영화라기보단, 테마파크에 가깝다. 솔직히 그 영화들을 드러내는 가장 가까운 표현은, 배우들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가장 잘 만든 테마 파크라고 할 수 있다"라고 한 발언과 맞닿아 있다.


스콜세지 감독은 "마블 영화에서도 영화의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폭로와 미스터리, 도전, 리스크라 할만한 것은 그 어떤 것도 들어가 있지 않다. 그 영화들은 시장의 어떤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획돼 제작되는 상품이다"라면서 "완벽한 프로덕션 과정과 재능 있는 스태프들이 팀을 꾸리지만 동시에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예술가 한 사람의 통일된 비전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에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차례나 수상한 영국 켄 로치 감독과 브라질 거장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 '대부'의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이 마틴 스콜세지 의견을 지지했다. 켄 로치 감독은 "햄버거처럼 상품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거대 기업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기 위한 상품이다. 예술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밝혔다.


팀 버튼 감독도 지난 달 디즈니와 결별을 시사했다. 팀 버튼 감독은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영화를 제작하는 등 디즈니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왔다.


하지만 주력 콘텐츠로 슈퍼 히어로물에 치중하는 최근 디즈니의 행보에 대해 "나는 멀티버스는 감당할 수 없다. 오직 하나의 우주만을 다룰 것"이라고 자신은 슈퍼 히어물을 연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팀 버튼 감독은 201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 '덤보'를 소재로 한 동명 영화를 제작한 그는디즈니와의 작업을 아기 코끼리 덤보에 비유했다. 팀 버튼 감독은 "디즈니에서의 작업은 매우 획일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양성을 위한 공간이 없다. 덤보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끔찍한 큰 서커스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하루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덤보 그 자체다. '덤보'는 자전적 영화"라고 밝혔다.


많은 감독들은 모두 하나의 문제를 자기 방식대로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에서 감독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제작사의 영향력이 커지며 결국 마블처럼 제작사가 원하는 영화만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관객들 역시 예술의 카테고리에 있는 영화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경향이 짙는 영화들에 열광하고 있다. 그리고 이 판의 선두주자가 마블이다.


관객들이 원하니 슈퍼 히어로물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편중된 영화들만 계속 만들어내는 건, 영화 팬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비단 할리우드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과 예술, 저예산 영화 제작의 불균형은 끊임없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거론되고 있다.


시대에 흐름에 발맞추지 못한 감독들의 오만일까, 예술의 가장 끝자리에서 영화의 정통성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일까.


한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마블 스튜디오 저격 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주연 시무 리우는 "만약 영화계에서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문지기 역할을 하는 감독들이 타란티노와 스콜세지만 있었다면 난 4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에 출연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어느 영화 스튜디오도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히어로들을 만들어내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마블과 함께 해 자랑스럽다. 나 또한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백인들만 있었다"라고 반박했다.ㅣ데일리안ㅣ